[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일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문을 위해 도쿄 하네다 공항을 통해 출국했다고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하네다 공항에서 동남아시아 방문에 대해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질서 유지를 통해 인간 존엄이 지켜지는 세계를 지향하겠다"며 "이러한 (방침의) 협력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달 도쿄에서 개최할 일본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 정상회의를 위해서도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4일에는 필리핀 의회에서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연설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와 마르코스 대통령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패권주의 움직임을 강화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양국 정부는 자위대와 필리핀군의 상호 파병을 용이하게 하는 '상호접근 협정'(RAA·일본명 원활화 협정) 체결과 일본 정부가 올해 신설한 제도인 '정부 안전보장 능력강화 지원'(OSA) 적용 등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에서 외국 부대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RAA가 있으면 훈련할 때 신속하게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
일본은 앞서 호주·영국과 RAA를 체결했으며, 동남아시아에서는 필리핀과 처음으로 RAA를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 필리핀이 RAA에 합의하면 양국 관계가 사실상 '준동맹'급으로 격상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짚었다.
양국 정상이 논의할 OSA는 비군사 분야로 한정한 기존 공적 개발 원조(ODA)와 달리 방위장비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제도다.
일본은 지난달 방공 레이더 1기를 필리핀에 이미 납품했으며, 이는 일본이 2014년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마련한 뒤 처음으로 이뤄진 완제품 방위장비 수출 사례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아울러 양국은 미국과 방위 협력에 속도를 내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가능성이 크다.
기시다 총리는 4일 말레이시아로 이동해 이튿날인 5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귀국할 예정이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한 데 대해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거듭한 노력에 역행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