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당내 친명(친이재명)·친문(친문재인)계가 9일 대책위를 꾸려 공동 대응에 나섰다.
양측은 민주당 신·구주류로서 지난 총선 공천과정 등에서 적잖은 갈등을 노출했지만, 검찰의 칼끝이 두 진영의 정점을 향하는 상황과 맞물려 연대를 강화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전(前)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한 당 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원조 친명'으로 분류되는 김영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김영배 의원이 간사를 맡았다.
대책위에는 이 대표 및 측근들의 '대장동 사건'을 변호했던 김동아·박균택 의원과 박지혜·한민수 의원 등 친명계는 물론, 대표적 친문 인사인 윤건영 의원과 문재인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출신인 황희 의원, 정무수석과 정무비서관을 각각 지낸 한병도·김한규 의원도 참여했다.
김영배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전직 대통령에 대해 밑도 끝도 없는 수사를 하고 있다"며 "마구잡이식 수사, 망신주기식 피의사실 공표 등 이 같은 불법적 행태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 측과 문 전 대통령 측 사이에 갈등이 있나'라는 질문에 "전직 대통령과 현직 당 대표 사이에 갈등이랄 것이 뭐가 있겠나"라고 일축했다.
특히 당내에서는 전날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만나 검찰 수사에 대해 강력한 규탄 메시지를 냈다는 점에서, 당내 '양대 세력'의 공동전선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정숙) 여사와 대통령 가족에 대한 현 정부의 작태는 정치적으로, 법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여론을 잘 듣지 않고 혼자서만 결정하는 것 같다"며 국정운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 우려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지적하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긴 하지만,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측의 연대가 검찰수사 공동 대응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지지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 일부는 28일 양산 사저 앞에서 문 전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는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여권에선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 "방탄동맹 빌드업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