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도쿄포럼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0일 "단일 세계 시장은 거의 끝났다"면서 한일 경제 협력체 구성을 대응책의 하나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이날 도쿄대 야스다(安田) 강당에서 '사회 분열과 디지털 전환 속 인간성 함양'을 주제로 열린 '도쿄포럼 2023' 행사에서 최근 세계적 흐름의 하나로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분열 현상을 지목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거의 40개국을 돌아다녔는데, 지정학적 긴장은 어디서나 분명했다"며 "단일 세계 시장의 시대는 거의 끝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 각국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제휴해 각기 규칙과 표준을 만든다"며 "이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의존하는 반도체나 전기차(EV) 배터리 같은 산업에 특히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오랫동안 세계화의 혜택을 본 나라라며 "지금 우리는 임박한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익숙한 상태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양국은 여전히 강한 경제권이지만 스스로 생존할 만큼 크지는 않다"며 "지정학적 분열과 약화하는 성장 동력의 폭풍을 홀로 이겨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런 문제의식을 피력한 뒤 "한국과 일본이 경제 연합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이 민주주의와 법치, 시장경제 등의 원칙을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나라라면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합작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 칩 제조, 스타트업 플랫폼 등 새로 시작할 잠재 영역도 많다"고 덧붙였다.
도쿄포럼은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가 2019년부터 매년 공동 개최해온 국제 학술 대회로, 올해 5회째를 맞는다.
12월 1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올해 포럼에는 최 회장과 함께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 류홍림 서울대 총장, 고바야시 겐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기업가, 학자 등 수십명이 연사나 패널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