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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특권폐지운동’은 ‘제2의 민주화운동’이다

임한필 공동대표(특권폐지국민운동 광주본부)

 

‘특권’(特權)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인 또는 특정의 신분이나 계급에 속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우월한 지위나 권리’를 말한다. 이러한 특권은 역사적 배경과 함께 사회적 동의나 합의가 있을 경우에만 주어진다. 우리 헌법은 평등권을 추구하며,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11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에서도 특권에 관한 조항이 별도로 있다. 헌법상 인정되는 특권으로 먼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형사상 특권(제84조)이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제44조)과 ‘국회에서의 직무상 행한 발언 및 표결은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제45조)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민주적인 절차인 선거에 의해서 민의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특수계급으로 보지는 않는다.

 

최근에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의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16일에 2천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이 있었다. ‘전태일의 대학생 친구’로 알려졌으며 평생을 노동운동, 사회개혁운동 등에 앞장서 온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등이 주축이 되었다. 그리고 5월 9일에는 광주 금남로에서 ‘특권폐지국민운동 호남총궐기대회’가 광주시민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5월 31일에는 국회의원의 186가지나 되는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해 5천여 명이 국회 앞에 모였다.

 

6월 19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말했다. 6월 22일에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식을 가졌다. 지금까지 112명의 국민의힘 국회의원 중 101명이 동참했다고 한다. 6월 23일에는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에서는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체포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당에 요구했다”고 한다.

 

그럼 왜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특권폐지운동이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가? 그것은 아마도 정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지금 국회에서 불체포특권에 대한 포기 운운에 대해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는 국민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국회에서 70건의 체포동의안이 상정되었지만 고작 17건만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지금의 불리한 상황을 서로 모면해보자는 의도가 강하다고 국민들은 보고 있고, 이러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상징적인 수사’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특권폐지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특권을 헌법에 의해 누리고 있는 국회의원 스스로가 헌법개정(물론 최종적으로는 국민투표로 확정을 하지만)을 통해서 법과 제도로 보장된 특권을 폐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위 ‘자기밥통’을 엎을 국회의원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1987년 6월항쟁의 산물로 만들어진 제6공화국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간선제로 군부독재정권을 유지했던 당시 헌법적 질서는 수많은 피와 희생을 바탕으로 1987년 전국적인 민중항쟁을 통해 제5공화국이 무너졌다. 그리고 새로운 헌법이 탄생했다.

 

하지만, 그 신성한 헌법에 수록된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면책특권은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면책특권이 한편으로는 진실을 외치고 다양한 견해를 주장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일부 긍정적인 주장도 있다. 그러나 불체포특권은 군부독재하에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용감한 국회의원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과거에 활용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뇌물받고 돈봉투받고 정치자금법 위반한 ‘파렴치한 잡범’을 보호해주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국회의원 양심에 맡겨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없다. 오로지 헌법과 법 그리고 제도의 변화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을 지켜나가야 한다.

 

내년은 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해이다. 지금부터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정치인과 재선, 삼선 등을 노리는 현 국회의원들을 깨어있는 국민들이 압박해야 한다. 이해관계를 함께하고 있는 당에서 서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국민들이 나서 그들에게서 특권을 폐지하겠다는 서약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헌법을 개정하고 법과 제도를 바꿔서 특권을 폐지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특권폐지운동’이다.

 

그러기에 지금의 ‘특권폐지운동’은 1987년 6월항쟁으로 제6공화국 헌법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2023년, 2024년... 대규모 시민운동으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등 특권조항이 사라진 제7공화국 헌법을 만들어내는 ‘제2의 민주화운동’인 것이다. 이제는 40여년간 관성화된 사회적 질서를 바꾸고 새로운 과학기술과 미래를 담아내는 새로운 헌법의 탄생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지금의 ‘특권폐지운동’이 결코 가진 자를 위한 ‘질투’와 ‘시기’가 아니라 거대한 사회적 담론을 담아내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며 행복한 국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사회실천운동이며 이 시대의 민주화운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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