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제물포, 인천' 표지 / 무블출판사 제공]
"고려가 개경을 도읍으로 삼자, 경기만(황해남도 옹진반도와 충청남도 태안반도 사이의 반원형 만)은 번창하기 시작했다. 조선이 한성을 수도로 삼았으므로, 경기만의 번창은 이어졌다.근대에 서양 세력이 밀려오고 조선이 제물포를 개항장으로 삼자, 경기만은 세계 역사의 숨 가쁜 현장이 되었다."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복거일이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한민족의 시작과 현재를 다룬 소설 '미추홀, 제물포, 인천'(무블출판사)을 출간했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소설은 수많은 역사적 변곡점을 겪은 인천 지역과 황해를 배경으로 한 아흔다섯 개 이야기를 풀어낸다. 2천700만년 전 황해의 형성과 함께 시작된 고대 지질사, 2만5천년 전 한반도로 유입된 원주민들의 삶, 고구려 왕자 비류가 유민들을 모아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군 미추홀의 역사 등 장구한 흐름 속에 자리한 한민족의 희로애락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소설의 전면에 나선 비류 왕자의 전설은 단순한 신화적 서술을 넘어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고구려의 태자였다가 이복 형인 유리에게 밀려난 비류는 동생인 온조와의 권력 투쟁에서도 패배하고 지금의 인천 서남 지역인 미추홀에 정착한다. 작가는 비류와 그의 어머니인 소서노의 설화를 현대 감각에 맞게 재구성해 잊힌 고대사의 흔적을 문학적으로 되살린다.
작가는 또 조선 시대 제물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만석과 월례 부부의 가족사를 통해 한민족의 역사를 한 집안의 역사로 압축해낸다. 조선 수군이었던 만석은 제물포 개항 당시 일본과의 충돌 속에 전사하고, 홀로 남은 월례는 떡집을 꾸려 자녀들을 길러낸다.
그녀의 강인한 삶은 일제강점기, 해방 정국, 한국전쟁이라는 시련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인천이라는 땅에 뿌리를 내린다. 월례 일가의 후손들은 격동의 세월 속에 흩어지고 다시 모이며 시대의 풍랑을 정면 돌파해낸다.
소설은 이외에도 한강 하구에서 펼쳐진 백제와 고구려 이야기, 청나라와 서구의 침입에 맞선 강화도 조선군 이야기 등 인천 지역의 한반도 역사를 쉴 틈 없이 몰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