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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 써도 점심 한 끼 1만원 훌쩍…식비에 신음하는 2030

"이제 한국 물가도 일본 수준"…"얼마나 더 오를지 무서워"

[출처 : 연합뉴스]

 

"점심으로 고작 제육덮밥 하나 시켰는데 9천원이 세상에 말이 되나요."

 

대학원생 김민정(26) 씨는 요즘 한 끼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묻자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조금씩 밥값이 오르고 있는 건 알았지만, 8천원대와 9천원대는 체감상 너무 달랐다"며 "커피도 2천원대 저렴한 커피만 찾아 마셨는데 그곳도 결국 가격을 올려 점심에만 만원을 넘게 쓰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치솟는 물가에 '한국이 일본이 된 것 같다'는 반응까지 등장했다.

 

30일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도쿄 이치란에서 알바할 때와 요즘 한국이 비슷하다", "아직도 우리보다 일본 물가가 비싼 편인 게 맞냐"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고물가에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런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쓰이면서 편의점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거나, 도시락을 챙겨와 식대를 줄이려는 모습도 낯설지 않게 됐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신모(28)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도시락을 싸 오는데 한 끼에 3천∼5천원은 절약할 수 있다"며 "주 2∼3회씩 도시락을 가져와 '도시락 마스터'라고 불리는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 회사 분위기상 도시락을 싸 오기 쉽지 않은 직장인들도 있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다 보니 건강이 걱정되기도 한다.

 

자취를 하는 직장인 이서영(29)씨는 "물가가 비싸니 도시락 생각은 항상 하고 있지만, 회사 사람들 눈치가 보인다"며 "한두 명이 먼저 해주면 분위기가 조성될 텐데 내가 먼저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최근 편의점에서 끼니를 자주 해결하고 있다는 송윤호(28)씨는 "도시락만 먹으니 나트륨도 걱정되고 영양 불균형도 걱정된다. 물가만 내려가면 다시는 편의점 도시락을 안 먹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식대를 바로 줄이기 어려운 직장인들은 약속 횟수를 줄이거나 다른 소비 비중을 줄이고 있다.

 

교사 박모(26)씨는 "한 달 식비 예산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렸다"며 "밖에서 밥을 아예 안 먹을 순 없으니 식비 예산을 꼭 맞추되 나머지 날은 약속을 안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안양에서 출퇴근하는 신모(25)씨는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이제야 외출옷 좀 사볼까 했는데 그것도 틀렸다"며 "한남동에서 소주 한 병이 7천원이라고 해서 기겁했다. 이렇게 다른 부분 지출이 늘다 보니 다른데 쓸 돈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분간 고물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초 4.5%에서 4.7%로 수정했다.

 

인상된 최저임금이 물가를 더 끌어올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천160원)보다 5% 오른 9천620원으로 의결했다.

 

3개월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송모(22)씨 "사실 최저임금보다는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을 더 잘 챙겨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랐다"며 "임금이 오른 만큼 물가가 따라 오를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직장인 백모(30)씨는 "대체 얼마나 더 오를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최대한 허리띠 졸라매면서 어떻게든 버텨봐야지 별수 있겠냐"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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