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혈액백(헌혈자로부터 채취한 혈액을 저장하는 용기) 공동 구매 과정에서 입찰 단가를 담합한 의료용품 제조업체들이 적십자사에 1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법원종합청사]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17민사는 대한적십자사가 2019년 12월 녹십자엠에스와 태창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피고 측인 두 회사는 2011년과 2013년, 2015년 적십자사가 발주한 3건의 혈액백 공동구매 입찰에서 미리 7대 3의 비율로 예정 수량을 나누고 입찰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적십자사는 2019년 12월 두 업체의 담합 탓에 가상의 경쟁가격 차액 약 20억원을 손해 봤다며, 이를 배상하라고 소를 제기했다.
피고들은 ▲ 담합 행위에 위법성이 없는 점 ▲ 원고에게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 감정서에 따른 손해액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들의 담합이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 행위로 판단하고 이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이 사건 담합 행위로 인해 입찰로 발주된 전체 물량에 대한 입찰 경쟁이 감소해 가격, 수량, 품질 기타 거래 조건 등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미칠 우려가 발생했다"며 "경쟁 입찰을 했더라면 원고가 입지 않았을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혈액백 시장 특성상 수요량의 90%를 적십자사가 차지하고, 원고 스스로 혈액백 국내 생산 가능 업체로 입찰 조건을 제한하는 등 경쟁 입찰을 일정 부분 제한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 배상액을 70%로 제한했다고 밝혔다.